“비전을 제시해 온 리더의 부재는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혁신은 점차 줄고 새로운 것보다 기존을 유지하려는 성격이 강해지고 운영 최적화에 매달리게 된다. 대게의 경우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란 힘들다.” VentureBeat 기사 발췌. 기업은 돈 벌 생각을 할 때보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core competency)과 기업의 전략과 하는 일이 들어맞을 때 더 큰 수익을 내고 가치를 만들어 낸다. 더욱이 high-tech sector에 있는 회사들에는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구글은 페이지랭크 개발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래왔고 페이스북도 가끔 이상한 걸 만들어내곤 하지만 대게는 구글이 만들어 놓은 길을 자기 방식대로 걸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빌 게이츠가 군림했던 시절에는 성공에 성공을 거듭해 왔다. OS와 생산성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진화해 왔고 B2B 시장에서의 독점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다 (이 사실은 뭐 지금도 마찬가지). 그러나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워온 지 25년이 되었을 때 스티브 발머가 CEO로 부임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돈은 이전보다 더 많이 벌었을지 모르겠지만, 혁신은 없어졌고, 재미없고 dry 한 회사로 변해버렸다. 기업의 존재 목적이 최대한 길게 (long-run) 수익을 극대화하여 내는 거라면, 발머는 최악의 CEO 중 한 명으로 꼽힐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더는 젊은 세대의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습니다.”
– Trip Chowdhry, Global Equities (2010, 리서치 보고서중에서)

IT 기업으로서는 최악의 평가이자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90년대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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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세계최고의 부자가 된 게이츠 형. “몇 십억을 버는 걸 바라는 건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결국 같은 햄버거다”라는 말을 남겼다.

윈도우 3.0이 1990년에 발표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였다. 퍼스널 컴퓨팅 시장의 제왕으로서 윈도우OS는 90%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2000년대 초반 미국 정부와 반독점법 싸움만 안 졌어도 더 오래 독점기업으로 군림했을 것이다) 소비자, 기업 너나 할 것 없이 윈도우와 그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PC 업계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돈을 벌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마이크로칩 제조사인 인텔(Intel)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윈도우 체제를 발표할 때마다 최신형 칩셋의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하자 재빨리 파트너쉽을 맺고 같이 비즈니스를 하기 시작했다. Dell, HP, Compaq 등의 컴퓨터 OEM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장기계약을 맺고 사실상 PC 업계를 리드, 독점해왔다. 인텔 + Windows OS + OEM Manufacturing의 조합은 진입 기업이 뚫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장벽이었고 이를 통해 그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간단한 숫자 얘기를 하자면,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늘날에도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2015년에는 $94B의 매출을 기록, 그 중 $12B (13%)가 순수익이었다. 그런데도 경쟁사들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가치는 현저히 낮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성장해 온 기업들인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에 비해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가치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향후 5년, 10년, 또는 15년을 내다보고 신기술과 트렌드를 쟁취하려 애쓰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옛날의 영광 속에 아직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돈은 무지 막대하게 벌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밥줄이 끊길지는 모르고 있다는 소리다. 지난 15년간 스티브 발머의 리더십 아래 마이크로소프트는 돈만 보고 살았다. 그러나 향후 15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2014년에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부임한 후 끌어낸 변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I. 스티브 발머의 재임 기간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암흑시대였다.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로 있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금융차트가 온통 빨간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흑자였다. $19.75B이던 99년의 MS 매출을 2013년 $77.85B로 약 4배 이상 성장시켰다. 수익 역시 수직으로 상승했다. ($9B to $22B) 발머는 제대로 교육받은 재능있는 경영자였고 어떻게 하면 주주들에게 dividend를 돌려줄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의 리더십 아래 Xbox 등이 개발 및 출시 됐고 Skype와 Yammer (이건 잘 모르겠다) 등이 인수되었다. 그러나 기업은 오래 지속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조직이다. 다시 말해 롱런할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최고의 기업이고 Quarter-to-quarter보다 decade-to-decade를 바라보는 기업이 더 가치가 높은 기업인 것이다. 문제는 발머는 다른 길을 보지 못하는 경주마였다는 점이다. 발머는 MS가 롱런할 수 있는 기회를 숏런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저버렸다. 이 점에서 스티브 발머는 정말 최악의 CEO로 꼽혀야만 한다. 발머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러한 악평을 받아야만 할까.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주도 아래 MS의 문화와 철학/전략은 철저히 결과(수익) 중심, 제도 중심으로 변하게 된 점이다.

조지아텍 경영학 교수 Frank Rothermael 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The root of the problem seems to lie with Microsoft’s top-down strategy process. Ever since Windows became the industry standard in 1990, Microsoft’s strategy has been defensive: Any new product or extension must strengthen the existing Windows-Office franchise; if not, it will be “killed.””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탑-다운 전략 방식이다. 1990년에 윈도우가 PC 산업의 표준이 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방어적으로 돌변했다 – 신제품이나 확장은 핵심 비즈니스인 윈도우-오피스 프랜차이즈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하며 그렇지 못한 것들은 없어져야 했다”

발머형 귀여운 건 인정.

발머형 귀여운 건 인정.

발머가 놓친 롱런할 수 있는 ‘기회’를 다섯가지로 꼽아볼 수 있다.
(1) 검색
(2) 스마트폰
(3) 모바일 OS
(4) 미디어/컨텐츠
(5) 클라우드

Search 많은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구글이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검색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있었다. 1998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LinkExchange 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Keywords라 불리는 검색엔진도 함께 인수했다.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 발머는 ‘명확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없다’며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LinkExchange의 엔지니어들은 스티브 발머에게 다시 한 번 고려해보기를 요청했지만 발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탑-다운 절차를 존중한다며 자기 밑 임원들의 선에서 결정한 일을 뒤집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형적인 관료주의 기업의 모습을 부임하자마자 보였다..) 2003년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검색 스타트업 Overture를 살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가격의 거품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고 Overture는 야후가 사게 되었다. 곧바로 야후는 구글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검색시장의 1위 자리를 누릴 수 있었다.

Smartphone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 하드웨어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입지를 다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거나 현실화되기 힘든 일이었을 수도 있다.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에서의 파이를 노리고 2012년에 모토로라의 모바일 기기 사업부를 인수, 자체 제조/판매를 꿈꾸다가 일찌감치 한계를 파악하고 모바일 기기 관련 IP 등을 확보한 후에 단물만 쪽 빨고 레노보에 되판 사실은 이 점에 대한 가장 relevant 한 사건 중 하나다. 근데 구글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올해 Pixel을 내놨다…) 그러나 그 누구도 스마트폰 시장이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여느 당대 공룡 IT 기업에 블루칩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몇몇 기업들 (ex. Apple, Samsung)은 해당 시장에서 충분히 큰 파이를 만들어 냈고 상당한 수익을 올렸고 2016년 4분기 현재까지도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돈 벌기에 급급했던 회사가 이러한 시장을 그냥 지나쳤을 리는 없다. 당연히 발머는 변화하는 소비재 시장에 맞춰 뒤늦게 전략적 M&A를 단행했다. 2014년 4월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TMT업체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부를 $7.2B에 인수하고 Window OS 및 다양한 제품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했으나 결국 노키아 인수 건은 운영수익을 침체시키고 재고자산회전율과 ROE는 말할 것도 없이 tank 되게 만들었다. 2015년 1분기 MS의 휴대폰 기기 시장점유율은 2.6%에 불과한 점에 비해 삼성전자와 애플은 합계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델라가 소비자 휴대폰 사업을 kill하기를 발표했을 때 인수 가격인 $7.2B를 포함해 write-off 된 $950MM + 2000 명 정도의 인력을 합쳐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8.2B를 잃게 되었다 (사실 이 정도 실패도 감사한 면이 있다 – 나델라가 과감히 모바일기기 사업부를 없앤 것은 더 큰 피해와 리스크를 막고 high-level 전략 (mobile first, cloud-first world)와 비즈니스를 align 하기 위해서다). 20세기 말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탑 OS의 95%를 차지하고 있었다. 15년 후 약 20억 개의 스마트폰이 만들어졌지만 MS의 점유율은 1%도 안 됐다. MS에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과 과학자 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당대 최고의 기업으로써 MS는 기업이 가질 수 있는 모든 resource는 다 보유하고 있었다 (원활한 현금흐름, 최고의 인력풀, 막강한 브랜드 파워, 시장점유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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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OS 소비자들의 수요가 PC 중심에서 모바일중심으로 건너간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 큰 부담감을 안겼다. 2010년 전까지는 PC 시장은 연평균성장률 20% 이상을 매년 기록해왔을 만큼 초고속 성장과 high-profitability를 보장하는 시장이었다. 2010년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수직 하락이었다. iOS와 안드로이드의 급부상 덕에 모바일 시장은 하루에 몇 퍼센트씩 성장할 만큼 커졌다. 발머도 이에 맞춰 모바일과 PC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운영체제인 Windows 8을 내놨지만, 모바일만 집중적으로 공략한 iOS와 안드로이드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 두 개 OS는 first-mover advantage 뿐만 아니라 구글과 애플 각자의 방식대로 진입장벽을 높여왔고 (ex. iOS는 애플 제품에만 제공되었고 안드로이드는 OEM 제조사들인 삼성, LG, Sony 등에 무료로 배포했다) 제품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2015년 1분기 MS의 모바일OS 점유율은 2.7%였다. 같은 시기 안드로이드는 79%, 애플은 17.7%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구글과 애플이 발 빠르게 움직일 때 경쟁보다 상생을 생각하고 iOS와 안드로이드에 들어갈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tailor하고 만들기 시작했다면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사뭇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었겠다. 현재 윈도 10 역시 모바일, PC, Xbox, Surface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제품군에서 적용할 수 있게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전략이 미래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이 부분에서만큼은 발머와 나델라의 비전은 일관성이 있다 (플랫폼).

Media, Contents Platform 미디어와 컨텐츠는 기회라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나 보다. 이 역시 애플과 넷플릭스 등에 졌다. 특히 애플은 혁신 제품 중 하나였던 iPod를 내놓으면서 동시에 아이튠스 뮤직을 통한 컨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이 생태계는 20만 곡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생태계로 곡당 99센트만 내면 언제 어디서든 다운을 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P2P 공유 플랫폼이 존재하고 인터넷에서 손쉽게 음원을 받을 수 있었던 시절에 유료플랫폼을 런칭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로써는 굉장한 리스크였고 투자였다. 어쨌든 아이튠스와 아이팟을 통한 컨텐츠 및 미디어 플랫폼 구축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및 그 외 모든 애플의 제품라인을 통합한 애플의 성공적인 생태계를 만드는데 foundational 한 역할을 했다. 2005년에 마이크로소프트 직원회의에서 한 엔지니어가 스티브 발머에게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비즈니스를 개발,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상대로 경쟁하는 게 어떨까 건의했다. 발머는 그 질문에 답변 대신 비꼬는 말투로 전체 직원을 상대로 물었다. “여기 중 마이크로소프트가 음악을 파는 줄 아는 사람?” 그러나 몇 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Zune (쥰)을 출시했다. 아직도 Zune을 기억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성공했다고 쳐줘야 하나…

Cloud/SaaS 클라우드와 서비스 형태의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에 가장 접근이 쉽고도 입지를 다지기 좋은 분야였다. 이미 생산성 분야와 운영체제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운영해오고 있었고, 클라우드와 SaaS는 그저 새로운 이름의 마이크로소프트 Windows OS와 Office Suite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었을 것이다. 2007년에 애플이 iPhone을 처음 발표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들은 재빠르게 PC 기반 오피스 제품을 iOS 기반 아이폰에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만 쭉 진행되었더라면 내가 아마 이 글을 안 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스티브 발머는 이 프로젝트를 해산시켰다. 이유는 발머의 개인적인 애플에 대한 반감과 함께 윈도우8 개발에나 더욱 신경 쓰라는 거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렇게 저렇게 우왕좌왕하는 동안 애플은 2007년부터 아이폰으로만 약 $500MM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 정도에 불과했으나 (2014), 수익은 90%를 차지했다. 오늘날 애플의 거대한 $225B 매출 중 2/3는 아이폰에서 온다. 2007년에 런칭했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리고 발머가 멍청하게 프로젝트를 셧다운하지만 않았더라면 라이센싱으로나마 파이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전으로 돌아가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우수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클라우드와 SaaS가 대세로 급부상하기도 훨씬 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2000년에 웹상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물론 그 당시에는 클라우드라는 term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동되는 워드프로세서인 ‘NetDocs’를 개발했다 (지금의 Google Doc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어김없이 발머는 기존의 오피스 제품의 매출감소 리스크를 이유로 2001년에 NetDocs 프로젝트를 종료시켜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구글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동되는 오피스-like 생산성 도구들 (ex. Google Docs, Slides, Sheets)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Google Drive와 Gmail을 통합해서 전반적인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 솔루션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오피스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구글의 크롬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는 각각의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구글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안착하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발머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위 분야 중 제품 분야가 아닌 “서비스” 분야로 진출하고자 했었다면 아마 전체 조직을 개편했어야 했을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매일 새롭게 바뀌는 디지털 시대에 30년 된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내려 했던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패는 개발자들과 과학자들의 무능력함 때문도 아니고,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다만 발머는 현재 MS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 – “제품” 그 자체?(ex. OS, Office, etc.)에 집중하길 원했다. 따라서 core product portfolio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프로젝트는 전부 없애거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리고 발머는 한 가지 잘 먹히는 비즈니스 모델 – 30년이나 써왔던 모델 -을 가지고 매일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회사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이나 애플과 큰 차이점이 있었다면 바로 이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 구글은 직원들에게 먼저 새로운 것을 해보라고 권한다 (유명한 70/20/10 Rule = 전체 근무시간 중 70%는 core product인 검색을 더 강화하는 데 쓰고, 20%는 core product를 돕거나 다른 분야로 뻗게 하는 데 쓰고, 나머지 10%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할 만한 것들을 찾고 만드는 데 쓰라는 구글의 독특한 기업 문화). 또한, 구글은 자기가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핵심 제품군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여도 ‘재미있어’ 보였다면 무조건 하고 봤다. 여기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takeaway는 이거다: 분산된 집중 때문에 dominant market에서 점유율을 다소 잃더라도 큰 그림에 투자해야만, 그리고 매일 새로운 시대에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align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 외 발머가 무시한 프로젝트들:

태블릿 PC 아이패드가 2010년 애플의 손에서 런칭되기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를 개발한 팀은 Courier라는 이름을 가진 태블릿PC를 개발했다. Courier는 풀기능을 갖춘 태블릿PC로 책처럼 접을 수 있었으며,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사용자들이 그림이나 글씨를 그리고 쓸 수 있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Surface의 전신이라고 보면 쉬울 것 같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경쟁하는 대신, 발머는 Courier팀에게 프로젝트 해산을 선언하고 할당된 예산 및 인력을 차기 윈도우 버전 개발에 재분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이 차기 버전은 바로 윈도우8이다. 애플이 2,500만 대의 아이패드를 팔아치우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실패작으로도 알려진 윈도우8을 개발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200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많은 엔지니어들은 개인 시간 동안 자동차에 들어갈 소프트웨어 (ie. 온라인 지도, 이메일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 디지털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 등)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역시 발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최고의 현금부자 기업”이라면서 현재 상황에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계만큼 리스크가 큰 사업에 도전하기 힘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늘날 자동차 소프트웨어로도 널리 알려진 (그리고 본인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자칭한다) Tesla는 시가총액이 무려 $30B이다.

II. 사티아 나델라 CEO 부임 후 변화하고 있는 MS

“Mobile-First, Cloud-First World”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6년에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IPO 이후 최고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이는 초대 CEO인 빌 게이츠와 2대 CEO인 스티브 발머가 만들어내지 못한 기록이다. 오늘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460B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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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새로운 CEO로 부임하면서 가져온 핵심 전략은 ‘mobile-first, cloud-first world’다 (부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나델라는 기존의 퍼스널 컴퓨팅 영역을 좀 더 확장해서 B2B와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강화했다. 그의 일환으로 나델라는 제일 먼저 Office팀과 Azure팀을 MS Windows팀에서 분리, 독립시켰다. Windows 산하에 있으면 개별적인 특성을 강화하지 못하고 윈도우의 종합적인 개발과 성장에 집중하게 될 때 오피스나 아주어가 갖고 있는 것들의 핵심적인 개발을 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결정했을 것이다.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먼저 생각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오피스를 애플의 iOS 플랫폼과 안드로이드에 배포했다. 그냥 product sale 기반이던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 수정, 구독 기반 서비스인 Office 365로 재탄생시켰다 ($6.99/mo. per user &amp $69.99/mo. for business). One-time sale을 recurring revenue model로 바꾼 것은 long-shot을 바라본 전략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업인 Azure는 올해 시총 최고가 기록 경신의 주요 요인이다. 2010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더는 새로운 세대와 연결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을 수 없다며 비판한 Trip Chowdhry (Global Equities Research)는 2016년 10월에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기업용 컴퓨팅 시장에서 윤곽을 드러내는 기업은 딱 두 군데다 – 마이크로소프트 아주어와 아마존 AWS다”. 나델라는 경쟁사들이 비교적 손을 대지 않은 비즈니스인 클라우드를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서버/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매출을 7%나 올렸다 ($6.7B).

“Audacious, but with tenacity”

또한, 나델라는 과감하게 마이크로소프트와 맞지 않는 사업들을 종료했다. 위에도 설명했지만, 노키아 모바일 기기 사업부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며 사업을 종료했고, 검색엔진 Bing의 지도 데이터 자산을 (IP) 우버에 매각했다. 나델라는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위해 수 십억 달러를 들여 세계 곳곳에 데이터 센터를 건축하기도 했다. 올해 여름에는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Linkedin을 MS 역사상 가장 큰 가격인 $26.2B에 인수하기도 했다.

“Creation of The New Microsoft Culture”

발머 시절의 마이크로소프트 때는 실패와 큰 리스크란 곧 발머의 프로젝트 셧다운 명령과 함께 커리어에 차질이 생김을 의미했다. 혁신과 신제품으로 먹고살아야 할 기술 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리스크를 감행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델라는 이런 핵심 조직 문화를 바꾸고자 했다. 제일 먼저는 전형적인 corporate structure 모델인 top-down에서 bottom-up으로 옮겨가고자 했다. 각기의 장단점이 있지만, 혁신을 꾀하는 기업에서는 top down 보다 bottom up이 훨씬 유익하다.

나델라는 호주 언론인 Australian Financial Review Weekend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문화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라고 말했다.?”어떤 추진력이든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배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항상 우리가 옳은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의 Surface를 보십시오. 3년 전에는 Two-in-One (태블릿+Laptop) 형태의 기기는 ‘과연 누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포함하여 많은 의문점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우리의 경쟁사 (=애플)까지 냉장고는 냉장고고 토스터는 토스터라는 생각을 버리고 two-in-one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iPad Pro).”

WSJ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도구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we were a tools company). 우리는 해커들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세상을 만드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저는 우리가 가장 우리 다울 때 가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단순히 마인크래프트와 사랑에 빠지는 일입니다. 인공지능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과 민주화 현상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일입니다”

나델라는 무엇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에게 큰 동기를 유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No. 1 SW Company라는 타이틀을 재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에게 ‘리스크를 가져가도 좋다, 실패해도 좋다.’ 와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하는 know-it-all culture보다 모든 것을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뜻하는 learn-it-all culture를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MS Hardware is Better than Ever Before”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하는 하드웨어 제품이 심상치 않다. Surface 태블릿PC 시리즈와 맥북을 상대로 나온 서피스 북, 그리고 몇 주전 나온 Surface Studio (데스크톱)까지. 하드웨어의 진보 덕에 윈도 10 플랫폼이 주목받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애플도 같은 전략으로 승부한다. 일단 쩌는 제품을 내놓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좋은 제품을 내놓는 여느 기업들과는 달리 애플과 나델라의 MS는 쩌는 생태계까지 구축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 사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것에 맞춰 Windows 10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전반적인 대형 생태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 lucrative 할 것이다.

서피스는 어느새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매출 군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다. 2016년 3분기에 발표된 서피스의 매출실적은 자그마치 $926 MM이었다. 이는 작년의 $672 MM에서 38%나 오른 엄청난 성장을 의미한다.

III. MS가 바라보는 과제들

Future Play
마이크로소프트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future play다. 윈도우와 오피스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한 지 꽤 오래되었다. 이 두 개의 비즈니스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절반 정도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60% 정도의 수익을 내주고 있는 효자 비즈니스들이지만, 여느 캐시 카우의 숙명이 그러하듯 숫자는 점점 주는 추세다. 특히 오피스에서의 future play는 불투명하다. SW를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마진율이 90%나 되지만, 클라우드 기반 Office 365의 마진율은 50%에 불과하다 (이것도 엄청난 마진율이기도 하지만).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클라우드와 SaaS는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더는 스티브 발머처럼 innovation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과감히 단행하고 투자로부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인력보강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Windows 10
윈도우 10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을 통해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다. 스카이프, 빙, 오피스 등의 SW와 Surface 제품군 및 차기 하드웨어 진출에도 윈도우10의 성공은 절대적인 강점이 될 것이다. Xbox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여전히 게임용 콘솔 업계의 빅2로 엑스박스 역시 윈도우10 플랫폼에서 구동된다. 업계 특성상 운영체제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대신 제품 개발이 완료되고 런칭 후엔 operating cost는 수직으로 하락하게 된다. 처음 연구·개발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윈도우10의 substantial 한 성공이 필요하다. 결국, 회사의 사활이 윈도우10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Linkedin
마이크로소프트가 $26.2B를 주고 링크드인을 인수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항목이 있을 것이다. 그중 당연한 것들을 좀 추려내 보자면 Office 제품들과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과의 시너지 기대다. 링크드인은 망하지 않을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 바로 사람들의 구직/그리고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구인 시장에서의 prominence다. 너도나도 구인 구직의 첫걸음은 링크드인 프로필을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며 다른 형태의 소셜미디어와는 다르게 “진지한” 사람들이 가득한 플랫폼이 링크드인이다. 오피스 제품 및 마이크로소프트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connect”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사람들로써 아마 링크드인의 데이터와 인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연결, 및 협업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외에도 링크드인은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뛰어난 데이터 과학자들과 개발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천혜의 인력풀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수혈할 초특급 인력풀임은 확실하다. 당연한 부분들만 조목조목 따져보아도 링크드인의 인수는 Not Bad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남은 건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와 사티아 나델라가 실제로 위에 언급된 시너지를 통해 기존 제품을 강화하고 신제품 및 혁신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게 만들 수 있느냐일 것이다.

출처:
VentureBeat
Rothaermel, Frank. Strategic Management: Concepts. McGraw-Hill Higher Education.
AFR Weekend
Wall Street Journal
Statist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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